대전의 결단, 자전거가 도로의 '주인'이 되다

2026-01-26 15:32

단순히 선만 긋는 '무늬만 자전거도로'는 가라… 대전시, 국내 최초 '도로 설계 기준' 혁신 선언

대전광역시가 대한민국 자전거 정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넘어, 자전거가 자동차와 동등한 권리를 가진 '일상의 핵심 교통수단'으로 작동하도록 도시 설계의 DNA 자체를 바꾸는 과감한 실험에 돌입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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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I 생성 이미지

"20m 이상 도로는 무조건"… 설계도부터 바뀐다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국내 최초로 도입된 '자전거 통행공간 확보 기준'입니다. 핵심은 간단하지만 강력합니다. 앞으로 대전에서 폭 20m 이상 도로를 새로 만들거나 정비할 때는 설계 단계부터 자전거 전용 차로를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그동안 많은 지자체가 자전거 인프라 확충에 힘썼지만, 대부분 기존 도로 가장자리에 선을 긋거나 좁은 보도 위에 보행자와 함께 몰아넣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로 인해 자전거는 자동차와 부딪히거나 보행자 눈치를 봐야 하는 '도로 위의 이방인'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대전시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박민범 대전시 철도건설국장은 "이번 기준 마련은 대전의 자전거도로가 안전하고 끊김 없이 연결되는 출발점"이라며, "자전거가 불편하지 않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로 설계 단계부터 자전거 공간을 기본 요소로 반영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엇이 달라지나? 대전형 자전거 도로의 핵심

  • 전용 차로 우선: 폭 20m 이상 신설 도로는 자동차 도로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전용 자전거 차로 또는 안전 분리 공간을 가장 먼저 확보합니다.

  • 색깔 있는 도로: 운전자와 보행자가 자전거 차로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컬러 포장을 의무화합니다.

  • 단절 없는 연결: 사고 위험이 높은 교차로 안전 설계는 물론, 터널이나 지하차도에서도 자전거만의 분리된 동선을 확보해 끊김 없는 주행 환경을 만듭니다.

'타슈(Tashu)' 날개 달다… 공공 모빌리티와의 시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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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전광역시 홈페이지

도로 설계의 혁신은 이미 대전 시민들의 일상에 깊이 자리 잡은 공공자전거 '타슈'와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전망입니다.

타슈는 대전 곳곳의 거점과 대중교통을 연결하며 시민들의 든든한 발이 되어왔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가를 넘어 출퇴근이나 장보기 등 생활 밀착형 이동 수단으로 타슈를 찾는 시민들이 급증했습니다.

이번 도로 설계 기준 강화로 타슈 이용자들은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도시를 누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프라(하드웨어)의 혁신이 서비스(소프트웨어)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대전의 도전은 단순히 자전거도로 몇km를 늘렸다는 식의 양적 성장이 아닙니다. '도시 계획 단계에서 자전거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한국 모빌리티 정책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입니다.

자전거 인프라를 보행로의 부속물이 아닌 도시 교통 체계의 당당한 구성 요소로 인정한 대전의 결단. 이는 앞으로 다른 지자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라이드플래닛 Mercury
김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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